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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영화

내부자들 - 개가 주인을 문 것으로 보여진다

by Georzi 2016.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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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영화를 봤다. 스토리, 연기, 구성의 삼박자가 이토록 잘짜여진, 아니 잘 짜여졌다기 보다는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연기 그 자체가 구성이요. 스토리였다. 스토리를 말하진 않겠다. 내가 보고 느낀 점만 적어보려고 한다.

 

 

개, 돼지들을 정복하기 위한 주인들의 끝없는 욕망


 

이강희(백윤식)은 참 폐부를 찌르는 한마디를 한다. "대중들은 개, 돼지이며" 대한민국의 개, 돼지로 살아간다는 것. 아무리 영화의 대사라지만 이런 대사에 800만이 환호했다는 것이 참 씁쓸했다. 눈도 깜빡거리지 않은채, 입도 크게 움직이지 않은채 한마디 한마디를 꾹꾹 눌러말하는 이강희의 표정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 펜과 원고지 만으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너무 영화에 몰입한 탓일까? 그 말에 껄껄 웃는 오회장의 반응도 그리 놀랍지 않았던건 이강희의 말에 나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정의같은 달달한 것이 지금 남아 있긴 한 걸까?


 

정의를 무슨말로 정의 할 수 있을까? 정의 자체가 정의라지만 과연 정의라는 것을 정확히 설명해 달라고 하면 어떤 사람이 만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각자의 정의는 모두 다른 것이다. 안상구의 정의, 우장훈의 정의, 이강희의 정의. 그들에게 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 소크라테스는 그들에게 멱살을 잡히든, 팔이 나가 떨어지든, 펜으로 손등이 찍히든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할 것 같다. 정의는 존재한다. 하지만 안상구의 말처럼 정의는 더이상 동서고(금)의 이야기처럼 달달한 것은 아니게 되어버렸다.

 

 

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떤사람이 말하느냐에 따라 사실이 될 수도 있고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될 수 도 있다. 내부자들에서 가장 소름돋았던 장면과 대사. 아무리 진실을 말한들 대중들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결정한다. 진실은 여전히 사람 밑에 존재한다. 진실이 진실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인류의 습관이자 본성이다. 역사는 승리자만을 기억한다는 고언은 현실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들의 말을 사람들이 믿어주는 것. 의미는 다르지만 자신만의 '위록지마'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결국 자신만의 '씁쓸한' 정의는 이루어진다


 

결국 그들만의 정의는 이루어졌다. 이병헌의 해맑은 미소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을 구수하게 외치는 그의 정의. 복수는 성공한 걸까? 짖지 않고 예쁘게 따라가겠다던 그가, 결국 주인의 숨통을 끊는다.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안상구는 또 다른 주인을 찾지는 않을까? 아님 들개로 남아 정처없이 떠도는 삶을 반복할까? 이강희의 말대로 우리가 개 혹은 돼지라면 안상구는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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