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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책

인간실격 - '실격'이란 단어의 절실함

by Georzi 2016.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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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머큐리가 Bohemian Rhapsody를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계- 그리고 20세기에 큰 족적을 남긴 것처럼(그의 다른 작품을 폄하하려는것은 절대아니다), 나에게 있어 한 소설만으로 충분히 족적을 남긴 인물을 뽑으라면 그는 바로 '인간실격'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이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장편소설로 읽는 듯한 느낌, 까뮈보다 더 처절하고 음침한 묘사는 까뮈의 추종자에 가까운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에게 붙여준 타이틀 '인간실격'


 

 

어떤 동물이 그렇겠냐마는 모든 인간은 자의지로 태어나지 않는다. 거기에서 나는 '인간실격'이라는 제목 자체에 커다란 반감과 의문을 느낀다. 자격을 잃어버린다.. 라는 말은 마치 우리가 인간이기를 선택해서 된 것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요조는 남에게 상처주지않기 위해,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물위에 떠있는 백조의 경박한 발장구처럼 살아간다. 어린시절 그가 성장을 하면서도 결코 그 인격적 상태는 성숙되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타락하고, 술과 여자에 빠져 살아도 8살의 요조. 아직 그 사람이었다. 혼자서 죽을 용기가 없어 자신을 흠모하는 여인들과 항상 함께 죽음의 시도를 하는 것 또한 혼자라고 느끼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요조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면이 인간실격이라는 극히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실격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느끼는 요조에 대한 단상이 아니라 요조 자신이 느끼는 본인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요조와 다자이오사무


 

 

서두에 프레디머큐리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를 그저 먼친척의 이야기라고 얼버무리며 결국 그 비밀을 자신의 무덤까지 안고 갔다.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정말 정직하게 요조의 삶을 그대로 따랐다. 작품 중 묘사된 요조의 아름다운 미모와는 거리가 있지만, 어딘가 외로워보이는 억지스러운 미소속의 음침함은 그가 요조임을 바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인간실격은 그의 'Swan Song' 같은 것이었을까? 하나의 예술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선 예술가도 작품과 같은 삶을 살아야한다는 누군가의 우스갯소리가 오롯하게 생각난다.

 

어쩌면 우리도 모두 요조일지도 모른다


 

요조의 위선적이고 소심한 모습에서 어딘가 내 모습을 투영했다면 나도 인간의 자격을 잃어버린 것일까? 아마 인간실격이 우리시대의 마스터피스로 인정받고 있는 그 어딘가에는 요조와 다자이오사무 자신뿐 아니라 모든사람의 본성에 있는 위선적인 모습을 묘하게 비웃었다는 독자과 평론가들의 떨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모두 다 요조일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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